사회적인 문제는 그 사회를 구성하는 구성원들의 합의에 따라 시대적으로 그 가치관이 변화합니다. 신 외에 어떤 것도 절대적인 것은 존재할 수 없습니다. 그래서 같은 사안에 대해서도 나라마다 그 시각을 달리 하는 겁니다. 구성원들의 생각이 다르다는 얘기죠. 그럼 다른 것은 틀린 것인가? 그럴 수는 없죠.
다만, 그 다름이 만드는 결과가 공동체의 삶을 결정적으로 힘들게 하거나 그 사회의 구성 원리에 심각하게 위배되는 것이면 신중하게 다뤄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. 그 중 하나가 바로 동성애나 동성혼의 문제라고 봅니다. 그런 의미에서 차별금지법은 어떤 면에서는 우리 사회에서 아직 받아들이기 어려운 면이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. 그러나 그 법안은 단순히 동성애만을 대상으로 하지 않습니다. 그 중 일부가 동성애를 다루고 있는 겁니다. 그렇다고 그 법안 전체가 불필요하거나 동성애만 제외시켜야 한다는 것도 설득력을 갖기는 어렵습니다.
사람마다 타고나는 기질이 있고, 그것은 어느 누구도 바꿀 수 없습니다. 그 기질이 사회 구성원들의 의사에 반하는 것이라도 그걸 적절히 통제할 수 있는 틀을 마련하면 됩니다. 그래서 동성애와 동성혼을 구분해야 한다는 겁니다. '동성애=동성혼'이라는 공식이 반드시 성립하는 것은 아니라는 얘깁니다. 남녀가 만나서 사귄다고 다 결혼하지는 않는 것과 마찬가지죠.
사회가 받아들일 수 있는 부분은 허용하되 불가능한 영역은 그대로 남겨두면 됩니다. 물론 그것 역시 구성원들의 합의에 따라 달라집니다. 그걸 허용한다고 더 나은 사회도 아니고, 반대한다고 더 못한 사회는 더더욱 아닙니다. 그래서 단순히 반대나 찬성을 할 게 아니라 생각을 해야 합니다. 우리들 중 상당수는 생각이라는 걸 안 합니다. 조금만 생각해 보면, 어느 수준에서 허용이 가능할지를 찾을 수 있습니다.
어느 누군가가 다른 누군가를 좋아하는 걸 무슨 수로 막을 수 있나요? 그건 헌법이 보장하는 개인의 기본권 문제와도 결부됩니다. 그러니 내가 싫다고 금지하는 행위는 있을 수 없습니다. 그거야말로 진짜 차별입니다. 저도 개인적으로는 동성애나 동성혼을 반대합니다. 그러나 내가 반대한다고 다 법으로 금지할 수는 없습니다. 그건 사회적인 합의를 이뤄야 하는 겁니다. 그 합의가 이뤄지면 따라야죠. 그래서 미국에서도 허용하는 주와 그렇지 않은 주가 나뉘고 있습니다. 거기서는 싫으면 다른 주로 이사를 가면 됩니다. 그런데 우리는 그렇게 못 합니다. 그러니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. 무조건 반대한다고 될 문제가 아닙니다. 그런 성향을 가진 사람이 내 가족이면 어떻게 할 건가요? 그래서 생각해야 한다는 겁니다.